[영계의 아프리카 체류기 02]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 작성일
- 10-01-21 13:04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없는 우리 마눌은 해외출장으로 비행기 타는것에
환상을 품고 있다. 그래서 비행기 많이 타는 걸 장땡으로 안다.
그렇지만, 비행기를 3번을 갈아타면 공중에 떠 있는 시간만 21시간, 비행기에서만
4끼를 기내식으로 먹게 된다.
임원급이야 비즈니스석을 타지만, 쫄따구야 어디 그런가? 이코노미석에 몸을 구기고
날아가는 여행길......보통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인천에서 홍콩까지 3시간 반, 1시간 사이에 후다닥 이동하여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SA비행기로 갈아탔다.
South African airway, 비행기 상태는 깔끔하고 괜찮다. 다만, 거의 모든 기내 승무원들이
흑인들인게 매우 낯설다. 게다가 그당시 남아공 흑인 여성들사이에 마이클 조단 스타일의
빡빡머리가 유행해서인지 여자들이 죄다 머리를 중처럼 밀어놨다.
비행기가 뜨고 식사를 먹자마자 불을 끄고 하는 일은, 승무원이 기내를 돌아다니며 향이 매우 강한
모기약을 뿌리고 다닌다. 특이한 광경이다.
승객들은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지만......중국인들 천지이다. 요즘 아프리카로 뻗히는 중국의
위세를 짐작하게 한다. 시끄럽고, 옆자리 사람 잘못 만나면 냄새도 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불편한 이코노미석에서 억지로 잠을 자며 창밖을 보니 여명이 비친다.
육지에서 태양이 떠 오르는걸 보니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했나 보다. 비행기 창문으로
바라보는 아프리가 대륙이 매우 생소하다. 산 같은건 별로 보이지 않고 끝었는 초원만
펼쳐져 있다.
13시간 반쯤 지나니 요하네스버그 상공이다.
착륙직전 창문으로 바라보는 요하네스버그 시가지는 아프리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언덕배기 하나 없는 드넓은 평원에 반듯반듯 도로정비가 되어 있고 집들도 깔끔하다.
수년전에 하늘에서 바라보았던 시카고와 흡사하다.
요하네스버그 공항은 아프리카 대륙의 허브공항이다. 타 대륙에서 온 사람들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앙골라, 콩고, 자이레, 보츠와나, 나미비아 등 각국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탄다.
그 당시 공항은 증축중이었다. 증축전까진 공항이 매우 비좁았다.
앙골라로 가는 SA비행기로 갈아타고 또 3시간 반을 날아가야 한다.
3시간 반후, 비행기는 앙골라 루안다 국제공항 상공위를 선회한다. 창문으로 바라다보이는
루안다공항 주변의 풍경은 살벌하게 느껴졌다.
땅은 시뻘건 황토색인데, 건기여서 그런지 먼지가 풀풀날리고 있었다. 공항주변의 집들은 죄다
함석이나 흙벽돌 따위로 대충 지은 집들이었다. 요즘 TV에 보이는 아이티의 풍경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난민촌에서나 봤을 법한 집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착륙을 하고 보니 우리나라 시골역사 대합실만한 공항청사가 앞에 보인다.
공항청사로 바로 붙여서 비행기를 대지 못하고 트랩을 내려서 버스로 갈아탄 다음에
입국수속을 밟게 된다.
여기서부터 아수라장이다.
입국 수속대는 단 세 줄, 조금이라도 앞줄에 서려고 밀고 밀리고 난리가 아니다.
입국신고서 양식을 나눠주는 공항직원에게 황열병 예방접종 카드를 보여주면 입국신고서에 확인도장을 찍어
양식을 나눠준다.
온도가 섭씨 40도를 육박하는데 좁은 수속대에는 사람이 미어터지고 에어컨은 있는지 없는지
후덥지근하기만 하다.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선채로 입국신고 양식을 쓴다. 젠장......입국신고서가 포르투칼어로 되어 있다. 영어 지문이 없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앙골라는 과거 포르투칼 식민지로 포르투칼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다.
같이 간 사람이 쓰는걸 참고하여 써낸다.
이렇게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여 짐을 찾는 곳으로 갔더니 이곳은 더 난리다.
많은 사람들이 앙골라에 입국할때 바리바리 짐을 싸가지고 오는데, 우리도 프로젝트에 필요한
제안서, 도면, 각종 서류는 물론, 현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각종 음식, 라면, 담배......
별별 것을 다 싸가지고 왔고 이제 짐을 찾아야 한다.
좁아터진 수화물창구에 용량도 터무니 없이 작은 컨베이어 벨트가 짐을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간 박스중에 두개가 안보인다. 비행기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워낙 많은 짐들이
들어오니 짐이 도착 못하는게 다반사라 한다. 다음 비행기편에 올테니 일단 나가자고 했다.
찾은 짐을 끌고서 나가려고 하니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든 짐을 X-ray 검사대에 넣으라고 한다.
X-ray를 통과시켰더니 짐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개봉해보라고 한다.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할 수 없이 박스를 뜯고 내용물을 보여주니, 개인짐들은 문제 없는데 도면, 제안서등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서로 의사소통도 어려운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딴지를 거는지 알 길이 없다.
같이간 해외업무팀 직원이 지갑에서 미화 100불짜리 두 장을 꺼내어 딴지를 거는 세관원의
손에 쥐어준다.
그 친구 눈을 찡긋하며 "파스"(pass)를 외친다.
짐을 다시 수레에 끌고 드디어 공항 청사를 나온다.
문을 나서니 환영객이 기다리는 곳은 아예 공항 밖이다. 그늘막 하나도 없이 뙤약볕 밑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까맣게 익어가던 현지 파견직원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Welcome to hell"
1박 2일 공중에 떠 있는 시간만 21시간......험난한 비행끝에 앙골라에 도착했다.
그렇지만, 이번 비행은 앞으로 펼쳐질 공항과 항공사, 그리고 나와의 악연에 비하면 너무너무
순조로운 비행이었단걸 나중에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