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퀴벌레’ 샌프란시스코 2년만에 또 우승
- 작성일
- 14-10-30 16:14
한 여름, 매미는 세상을 쩌렁쩌렁 울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땅 속에서 기다린다. 그러나 가을의 바퀴벌레는 2년 마다 한 번씩 제 모습을 드러내 운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 처럼 ‘가을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가진 샌프란시스코가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낸 뒤 2년 만에 또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커쇼’ 매디스 범가너의 ‘최동원급 활약’에 힘입어 3-2로 이기고 4승3패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차지했다.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범가너였다. 5차전에서 완봉승을 따낸 범가너는 이틀만 쉬고 이날 3-2로 앞선 5회부터 구원등판해 나머지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세이브를 따냈다. 1차전 7이닝 1실점 승리를 포함해 월드시리즈만 2승 1세이브를 거뒀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6경기에 나와 4승1패를 거둔 고 최동원을 떠올리게 하는 투구였다.
 |
| 샌프란시스코의 마이클 모스(맨 왼쪽)와 팀 허드슨(가운데)이 30일 캔자스시티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을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캔자스시티 | AP연합뉴스 |
캔자스시티 역시 4회부터 막강 불펜 3인방을 차례로 투입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캔자스시티 타선의 범가너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물론, 마운드의 힘 만으로 상대를 막아낸 것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가을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지독한’ 수비 덕분이다. 2-2 동점이던 3회말 1사 1루에서 에릭 호스머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샌프란시스코 신인 2루수 조 패틱이 몸을 날려 걷어낸 뒤 넘어진 상태에서 글러브 토스로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연결했고,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켰다.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결정적인 수비였다.
공격에서는 파블로 산도발과 헌터 펜스가 팀을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가 2회 선제 2점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산도발의 사구에 헌터 펜스의 안타 덕분이었다. 4회 결승점 역시 산도발과 펜스의 연속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나왔다. 월드시리즈 7경기에서 산도발은 타율 0.429, 펜스는 0.444를 기록했다.
9회말 2사 뒤 알렉스 고든의 타구를 샌프란시스코 외야수들이 놓치면서 3루를 허용했지만 범가너는 지난 1차전에서 자신에게 월드시리즈 유일한 실점을 홈런으로 안겨 준 살바도르 페레즈를 3루 파울 뜬공으로 잡아냈다. 우승 확정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산도발은 그 자리에 쓰러져 누우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5년간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내셔널리그 2번째 팀이 됐다. 구단 역사상 8번째 우승이기도 했다. 반면 캔자스시티는 29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