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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상훈이 달라졌다
원래 한상훈의 수비는 유명하긴 했습니다만 소집해제 이후에 과연 왕년의 실력을 뽐낼수 있을까 하는데는 의문점이 좀 있었습니다
근데 원체 열심히 하는 선수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사실 어떤면에서는 입대 이전보다 더 원숙하고 훌륭한 수비력을 보이는거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 자체로도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집니다만 제가 한상훈에게 올해 유독 더 대견해보이는 것은 좀 다른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상훈이 국대급 수비력을 뽐낸건 06년쯤부터 07년에 만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화 역대 내야수비가 가장 촘촘하고 좋았던 시기이기도 하죠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격수가 어째서 내야 수비의 핵이라고 불리는지, 그리고 좌우 코너필더가 타격이 받혀준다면 센터라인 구성이 얼마나 수월해지는지, 그리고 내야 수비가 안정되면 투수들에게 정말 힘이 된다는 것을 잘 알수 있던 시기였죠
특히나 당시 주장 김민재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내야 수비는 정말 막강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훈의 수비엔 중요한 점이 부족했습니다
필딩율 좋고 범위 넓고 송구도 좋고 다 좋지만 가장 중요한 시야와 센스가 좀 부족했죠
그것을 김민재가 커버해주고 지시해주고 하면서 한화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키스톤 콤비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 말인 즉슨 김민재가 없는 한상훈은 잘하긴 하지만 훌륭한 것은 아닌 수비수였습니다
병살처리 할것을 급하게 1루송구 한다든지 '그래 이정도면 잘했어, 하지만 이랬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가끔 드는 수비수였죠
김민재가 노쇠회로 급격하게 안좋아지고 주포였던 김태균 이범호가 이탈하면서 철벽같던 내야수비가 흔들리며 팀이 내려앉았고, 한상훈은 군대를 갔죠
더이상은 타격의 중심이 될 코너필더들도 없고 김민재도 없는 한화 내야진에 한상훈이 들어온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하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복귀 이후의 한상훈 경기를 보다보면 이 시야가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예전의 열심히 하고 깔끔하게 하는 수비가 아니라 예전의 열정은 간직한채 센스까지 참 돋보이는 플레이를 많이 하더군요
적어도 한상훈의 수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그에게 100%의 수비가 아니라 그 이상의 120, 130의 수비를 기대하곤 합니다
(물론 타격에서 아쉬움이 있으니 수비에서 더 만회하라는 뜻도 있겠지만)
예전엔 그게 될듯말듯 좀 아쉬웠다면 지금 한상훈 수비하는걸 보면 한화 역대 내야수비진 중에서 지금의 한상훈보다 더 잘할만한 사람을 꼽을수가 없습니다
그 비교대상이 물샐틈없던 06~08 전반기 까지의 그 한화 내야진에 비교해서도 말이죠
아니 솔직한 심정으론 8개구단 어느 수비수와 비교해도 띄어나다는 생각도 종종 듭니다 원포지션이 유격수가 아니라서 다소 묻혀서 그렇지

이제 한상훈 나이도 서른줄에 접어들었습니다
서서히 운동능력이 감퇴할 시기이기도 하고 군대도 군 체육시설이 아닌 공익 근무로 다녀오면서 많이 힘들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한상훈은 오히려 더 좋아진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한상훈이 공익 근무를 하는 동안 얼마나 야구를 그리워했고 얼마나 글러브를 만지작 거렸을지 상상조차 안갑니다
2년의 공백, 그리고 신체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타격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입니다
분명 그 이면엔 눈물없이 볼수 없는 그런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겁니다
그리고 장스나의 역전 투런이 나온 지난 엘지전에서 보여준것처럼 팀의 승리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면 콧잔등이 시큰해집니다
얼마나 야구가 목말랐고 승리에 굶주렸을지, 그래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렇게 돌아와준 그것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꼭 내년에 주장도 달고 이기는 팀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2. 그렇지만, 지금의 한화는 불안하다
전력이 약해서 불안한게 아닙니다
한화가 올시즌 타팀팬들에게도 감동을 줄정도로 투혼을 발휘하는 경기가 많습니다
심지어 팀이 지더라도 정말 후회없이 잘싸웠다, 박수쳐주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경기가 꽤 많았죠 특히 5월들어서 더욱
최진행의 괴물같은 3홈런쇼, 안승민 김혁민 등 젊은 선발들의 분전, 박정진의 투혼 등 말이죠
분명 현재 5월의 모습은 팀 전력에 비해서 경기력이 굉장히 좋습니다
부족한 전력이지만 그렇게 무너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팬들도 박수를 쳐주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경기력은 분명 작년부터 찾아봐도 그 전래를 찾기 힘들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잘해주고 있습니다
이럴때 치고 올라가야 나중에 다시 집중력이 떨어지더라도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인데
요즘의 한화는 정말 그 어느때보다도 집중력있게 잘해주고 있지만 치고 나가질 못했다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사람의 집중력은, 더구나 집단적 분위기는 절대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팀으로써 가장 이상적인 시즌 운용은 모든 선수들이 날이 선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업 다운템포를 번갈아가면서 전체 팀 전력의 총량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서 승수를 안정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이걸 가장 잘 다룬 감독이 선동렬 감독이라고 생각되고요

타격은 믿을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와 못지않게 투수력도 100% 신뢰할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고 봅니다
투수들도 소위 말해서 긁히는 날이 있고 털리는 날이 있습니다
단지 타격 사이클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복이 덜하고 투수교체 등을 통해서 어느정도 조율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죠
팀이 꾸준히 이겨주기 위해서는, 더구나 한화처럼 기본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계산가능한 전력에다가 투 타에서 긁혀주는 선수가 튀어나와서 변수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긁힘'은 어느정도 각성해서 선수의 질이 높아진거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전력이 상대적으로 받혀주고 긁혀주는 선수가 나와줄때 승수를 쌓아둔다면
나중에 다소 슬럼프가 오더라도 그걸 극복할 힘이 생기는건데 아직 그정도 수준까지 올라온건 아닌가 싶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전 그 어느때보다도 승리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정진느님이 어제 그렇게 눈부신 호투를 보여줬는데, 혁민이가 이렇게까지 잘던져주고 있는데 이럴때 차곡차곡 이겨놔서 승리의 기억을 각인하지 못한다면 한화의 리빌딩은 굉장히 힘들어질수 있다는 불안감이 큽니다
그만큼 지난 화요일 최진행의 영웅적인 활약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역전패 당한게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구요
최종 성적표가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지금의 이러한 긴장상태를 긍정적으로 변환하여 유지할수 있다면 한화에게도 분명 밝은 미래가 있을겁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승리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힘냅시다 한화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