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어제 경기...

제가 의도한건 아니었는데...

노갱이 역전 적시타를 허용한 직후 5살먹은 우리 큰 딸이 실수로 리모콘을 꾹 눌러 다른 채널로 바꾸시더니...

TV화면에 나오는 장면들은 더 이상 야구가 아님에도 제가 리모콘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자...

대놓고 리모콘의 소유권을 차지하더니 EBS로 채널을 변경하시더군요. (그 시간대 EBS에서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합니다)



흠.. 생각해보니...

실수를 가장해서 의도적으로 제 반응을 떠보기위한 노림수였을 수도... --a




여튼.. 덕분에 4:5가 된 이후의 상황을 목격하지 않을 수 있었네요. ^^;;;


오늘 아침 경기결과를 확인해보니... 4:12... 고맙다 내 딸아.




뼈아픈 패배... LG에게 시리즈를 내주고 반게임차 추격을 허용한...

덩달아 선두 SK와는 4.5게임차로 훌쩍 벌어져버린... ㅠ.ㅠ

이제는 4강 수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뭐... 그래도 저는 상황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네요.



여러측면에서 비판받고 있는 어제 달감독님의 불펜진 운영.

저는 조금은 다르게 보고 싶네요.



올해 베어스의 불펜진 운영은 확실히 예년과는 다릅니다.

예전에는 크게 이기던, 박빙으로 이기던, 동점이던, 박빙으로 지던, 3점차로 지던... 심지어는 가끔은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불펜승리조가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덕분에 필승조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소모가 꽤 컸죠.



그런데.. 올해는 지난 4년간에 비해 확실히 필승조들의 혹사정도가 덜합니다.

어차피 우리팀의 목표는 가을잔치를 차지하는 것이고...

지난번에도 썼지만 시즌중 불펜들의 혹사로 인한 후유증인지..

정작 활약해주어야 하는 가을잔치에서 불펜들이 무너지며 내주는 경기가 꽤 많았죠.



뭐.. 물론 불펜들 무리 안시킨다고 해서 그들이 가을잔치에서 대활약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시즌중 혹사는 분명 가을쯤되면 구위를 하락을 가져오기에...

이런 것이 현재의 불펜 운영에 고려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LG와의 3연전이 3게임 모두 경기막판까지 워낙 살얼음판 승부가 계속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필승조들이 계속해서 연투를 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오늘 이전에는 나름 쉬엄쉬엄 나온 느낌이 있죠.



이닝당 투구수가 워낙 적어서(현재 12.8개로 KBO탑급입니다) 이닝수에 비해 공을 많이 던지지 않은 고창성은 예년에 비해 확실히 공을 덜 던지고 있고..

그나마 정재훈선수가 고생중이긴한데...




어제 경기로 눈을 돌려본다면,

정재훈선수... 화요일(5/3)에 나와 1이닝 15개를 던지고 수요일(5/4)에도 나와 1이닝 16개를 던졌죠.

어제까지 나왔다면 3연투가 되기에... 아마 달감독님 머리속에는 어제 경기는 정재훈은 쓰지 않으시려고 처음부터 생각하신게 아닌가 싶네요.


마찬가지로 고창성도 정재훈처럼 3연투이긴 했는데... 화요일(5/3)에 1.2이닝을 던졌지만 공은 불과 13개만 던졌고, 수요일(5/4)에는 0.1이닝 4개의 공만 던졌죠. 그래서 어제도 짧게 내보낸게 아닌가 싶은데... 차라리 쉬게 해줄거면 고창성도 쉬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고창성은 확실히 연투에는 약한 스타일인듯 싶더라구요. 휴식 취하고 나온 고창성은 무적이지만... 연투로 나오면 간간히 얻어맞는... --a




어제 노경은의 투입은 일종의 Test가 아닐까 싶네요. 결국 완전 실패로 끝나버린 테스트였지만... --;

스프링캠프때.. 노경은이 정신차렸는지 공이 꽤 좋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었죠.

올해 2군에서는 팀의 마무리 보직을 맡으며 1승 2세이브를 기록중이었고... 방어율은 별로네요. 4.15니깐...

뭐.. 그나마도 3월말~4월초에 좀 맞아서 올라간 방어율이고, 그 뒤로는 꽤나 훌륭했죠.

그러다가 1군으로 올라왔고... 첫경기에서 승패에 상관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삼성타선을 2이닝동안 퍼펙트로 틀어막았고...

행운이기는 했지만 5/4 LG전에서는 공 2개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고...



불펜진들에게 여유를 주면서 운영하고자 한다면.. 결국 필승조가 덜 던지는만큼 그 공백을 매꿔줄 선수들이 필요한데...

그 후보로 노경은이 Test대상에 올랐던 거겠죠.

그리고 Test환경으로는 잘 짜여진 실전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 어제 그 상황은 따져보면 Test하기 딱 좋은 상황이긴 했죠.

필승조를 투입해야할 상황이었는데... 내보낼 수 없는 필승조도 없으니 이참에 Test를 거하게 한 번!

결국은 대.망. 했지만요. --a



어제경기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필승조를 어느정도 아낄 복안이었다면, 고창성도 쉬게하고... 차라리 이혜천으로 계속 밀고 가봤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이혜천선수.. 지난주 수요일 삼성전에서 8개 던지고 일주일동안 휴식을 취한 상황이어서 더 길게 갈 수도 있었을텐데...

어제 대전 경기에서 김성근감독은 송은범 일찍 내리고 작은 이승호선수를 짧게 투입한 뒤,

이혜천이 어제 5회에 올라왔던 것처럼, 큰 이승호를 5회에 올려서.. 그냥 경기끝날때까지 던지게 했죠.

구원으로 나와 5이닝 81개 공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었으니.. 말이 구원이지 선발승이나 마찬가지 느낌.


이혜천이 어제 썩 좋은 투구를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공은 괜찮았던 듯 싶어서...

뒤에 나올 필승조가 마땅치 않은 8회 4:4 상황이었다면.. 좀 더 길게 끌고 가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네요. 물론 결과론이지만..





여튼.. 앞으로 남을 경기들을 그래도 희망적으로 보는 이유는...

정재훈-고창성이 고군분투하던 불펜진에 그래도 여유를 선사할만한 호재들이 있기 때문이네요.



첫번째는 새 용병 페르난도 니에베의 수혈.

뭐.. 일단 던지는걸 봐야하겠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는 니에베가 좋은 투수로 조금만 이닝을 잡숴주시면서 불펜진에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것이겠지만,

그걸 떠나서 니에베가 가동되면 아무래도 땜빵 5선발보다는 이닝을 더 잡숴주실 수도 있고,

또는 땜빵 5선발을 계속 유지한다면 이현승을 불펜으로 돌릴 수도 있죠.

이래저래 불펜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니에베가 적어도 '실망은 시키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하겠지만요.



둘째는.. 2군에 있는 김상현이네요.

김상현이 왜 2군으로 내려갔는지 모르겠지만... 부상이 있는 거라면.. OTL이지만...

부상으로 오랫동안 경기 못나오다가 1군올라와서 갑자기 애니콜이 되버린 측면도 있기에... 몸을 추스리기 위해 2군 내려간거라면...


김상현이 다시 1군 올라왔을때.. 처음 1군 올라왔을때의 모습정도만 보여줘도 베어스불펜에는 천군만마가 될 수 있죠.

게다가.. 김상현이 처음 1군 올라왔을때 혹사당했던건 당시 정재훈이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했던 측면도 있었기에...

김상현이 1군 다시 올라왔을때는 처음처럼 고생하지는 않을겁니다.



세번째는.. 새 얼굴의 불펜 수혈입니다.

뭐.. 새 얼굴이랄것도 없지만... --;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도 있죠.


일단 어제 선발로 나왔던 이용찬... 나름 괜찮은 모습 보여주었었구요.

이혜천도 시즌초반보다는 그래도 나아지는 느낌..


게다가 만약 선발 5번째 슬롯을 새로운 선발투수(홍상삼을 비롯한)를 위한 슬롯으로 남겨둔다면 이현승이 불펜으로 올 수도 있죠.


이런 새 피의 수혈은 불펜진에 또 다른 여유로움을 선사해줄 수 있죠.




여튼.. 개인적으로는 이현승은 계속 선발진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만...(물론 현재는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베어스의 투수진을 구성해보면...


니퍼트-김선우-니에베-김성배-이현승(or 기타 등등 5선발진)

필승조 : 정재훈, 고창성

추격조 : 이혜천, 김상현, 이용찬

마무리 : 임태훈

패전처리 : 아무나 1인



물론 부정적인 변수도 있습니다.

불안한 마무리 임태훈과.. 니에베의 뚜껑은 아직 따보지도 못한것...

여전히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하는 이현승 등등등...



하지만 시즌은 길고...

베어스 투수진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지킬건 지키며 무리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으며...

새로운 피들이 수혈되고 있죠.




어제 경기 어이없이 지기는 했지만...

침체기에 빠졌던 타선은 조금씩 살아나는 낌새를 보이고 있고...

그리고 투수진에도 이런 측면 때문에 남은 시즌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