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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2일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윤형배 1군 투수 코치가 재활군으로 내려가고, 가득염 재활군 코치가 1군 불펜 코치로 승격됐다. 불펜 코치이던 주형광 코치가 윤 코치의 임무를 맡았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팀 성적이 나쁘니 문책성 인사라고 봐도 좋다. 롯데는 2일 현재 8승 14패 2무로 최하위 한화에 1.5게임 앞선 7위다. 양승호 감독은 휴식일인 2일 저녁 코칭스태프 회의를 소집, 이런 결정을 내렸다.

팀이 부진하면 코칭스태프 인사가 이뤄지는 건 한국프로야구에서 '상식'이다. 그런데 롯데에선 사정이 좀 다르다. 전임 감독 시절엔 단 한 번도 1·2군 코칭스태프 교체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4년 만에 나온 문책 인사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코치는 감독의 보조자'라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롯데는 감독의 철학이 선수의 플레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팀이었다. 코치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책임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팀이 하위권에 처져도 코치 인사를 하지 않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4월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4월 성적이 나쁜 건 같지만 지난 해엔 문책성 인사가 없었다.

롯데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조직 전체가 힘든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쉬운 방법이다. 쉽다는 건, 처음부터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 아닐까. 4월에 벌써 투수 코치에게 책임을 물었다. 코치에게 책임을 물어서 안 되면 다음은 감독-단장 -사장 순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4월이 끝났을 때 롯데의 성적은 11승 17패로 5할 승률에서 6승 모자란 6위였다. 당시 감독은 선수단에 이렇게 말했다. "4월은 중요하지 않다. 나만 믿고 따라오면 우리 팀은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다." 감독의 호언장담에 대해 당시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감독, 역시 제 정신이 아니구나." 롯데는 지난해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롯데 감독을 역임한 모 인사는 지난해 후반기 롯데의 선전에 대해 "팀에 믿음이 있다는 게 눈으로 보였다"고 했다.

지금 롯데 자이언츠에 필요한 건, 문책이 아니라 신뢰다. 초보 감독과 초보 코치에게 중책을 맡겼다면 그 정도의 신뢰는 보여줘야 한다. 불과 한 달 전에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한 팀 아니었나. 그 믿음이 한 달 만에 흔들리고 있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