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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독이 팀에게 주는 영향이 크냐라는 질문들이 야구팬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과연 그러한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운동인데 한국에서만 과대평가되어있는 것인가? 

스포츠에서 흐름이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흐름을 읽는 능력은 중요한 것인가? 팀스포츠에는 늘 운영을 해야만 하는 선수들이 있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가 그렇고, 농구에서 포인트 가드가 그러하며 미식축구에선 쿼터백이 그렇고 축구에선 플레이메이커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은퇴 이후 좋은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첫째로 그들이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은 각 선수들의 쓰임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서조차 수치화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흐름이라고 하는 것을 좀 더 세분화해보자. 작게는 경기 내 흐름. 크게는 시즌에서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팀과의 관계에서의 미묘하게 흐르는 흐름. 

텍사스 홀덤이라는 게임을 아는가? 서양에서 포커플레이어를 말하면 바로 이 홀덤 플레이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섯다와 비슷하면서도 더 복잡한 게임인데, 일단 두장씩 나눠갖고 다섯장은 공통으로 가운데 테이블에 깐다. 처음에 2장씩 받고 돈을 걸고, 물론 그때부터 올인도 할 수 있다.  세장을 깔고 다시 돈을 걸고 그 이후는 한장씩 깔면서 다시 또 판돈을 건다. 처음 받은 두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게 아니라는 것이 '섰다'와의 가장 큰 차이이겠다. 물론 확률에 대해 밝으면 이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 게임에 중요 용어중에 틸트TILT라는 용어가 있다. 기운다라는 뜻인데, 어떤 선수가 몇번 연속으로 돈을 잃거나 좋은 카드를 받고도 나중에 뒤집는 카드에서 역전되어 큰 팟으로 지면 자제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다지 좋지 않은 카드에 블러핑을 하다가 돈을 더 잃거나 또는 최악의 경우 모두 잃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자신감을 잃어서 좋은 카드를 가지고도 상대의 블러핑에 판을 넘겨주기도 한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 자신에 해당하는 컨디션 악화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로는 큰 팟을 지고 나서 다른 이들의 먹이감이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호구잡힌다는 것. 포커라는 것이 결국 1:1:1:1:1:... 의 게임인데 한명이 호구가 잡히고 나면 1: 다수의 게임이 된다. 

야구로 빗대자면, 한화가 타팀에 지기 시작하면 타팀들은 전력을 한화와의 경기에 집중시키게 된다. 긴 시즌의 운영에서 집중과 분산을 해야한다. 필승조 불펜을 내보내야 할 날도 있고 추격조로써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하는 날들도 있다. 지친 주전타자들을 쉬게해야 하는 날도 있다. 강팀과 상대할 때 지더라도 팀전력을 축적했다가 약팀과 상대할 때 시리즈를 스윕하는 건 4강을 목표로 하는 팀에게는 좋은 전술이 될 수 있으며 한화와 김인식 감독은 그런 전술을 곧잘 이용하는 팀과 감독이었다. 한화팬들은 이제 반대인 상황을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팀들의 목표가 되기 시작하면 치고 올라가기 어려워진다. 

그럴 기미가 있을 땐, 꾹 참고 어중간한 카드를 받아도 돈을 걸지 않고 죽고 죽어가면서 진짜 좋은 카드가 나와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한가지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가끔씩 돌아오는 판돈을 잃는 작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흐름이라는 말을 이용해 표현하자면 넘어가버린 흐름이 최소한의 손해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1등을 가려야 하는 포커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생각보다 무척 길다. 아주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은 확률의 게임들이 수백번, 수천번 반복되다보면 그 속에서 작은 인생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 존재하는 흐름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복잡한 게임일수록 그 흐름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지지만 야구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팀이 지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면 선수들의 마음에 패배감이 자리잡는다. 물론 몸이 긴장해서 굳거나 하면 근육문제로 인해 기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쉬운 설명도 있지만, 팀이 지기 시작하면 상대팀들은 그 팀을 반드시 잡기 위한 카드를 준비한다. 야구 시즌이라는 것은 길고 감독은 이겨야 하는 경기와 질수도 있는 경기를 구분한다. 지는 경기에서 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나중에 이겨야 하는 경기를 잡기 위한 뒤딤돌이 된다는 것을 감독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흐름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라는 것이다. 그 흐름에 따라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좋은 감독들은 최소한의 흐름은 읽을 줄 안다. 초반에 무너진 선발투수가 공은 나쁘지 않았거나 에이스라고 불리울만한 투수라면 긴 이닝을 맡기도록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투수가 지쳤거나 컨디션이 너무 안좋다고 느낄 때 바꾸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고 최소한의 합리적 운영은 할 수 있다. 선수들을 적당히 배치하여 팀의 전력이 가장 우수하도록 조정하는 것 역시 감독의 역할이며 대부분의 감독은 이를 할 줄 안다. 즉, 중간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거기에 작은 변화를 줬을 때 물론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팀을 향상시키는 것보단 망가뜨리는 것이 언제나 더 수월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라는 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감독과 그렇지 못한 감독의 구분은 감독의 역할이 한국야구에 비해 축소되어있는 메이저리그에서조차 분명 존재하며, 선수의 기량에 기대는 것보단 감독의 운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시도를 추구하는 한국야구에서는 분명 더 뚜렷하다. 그렇지 못한 감독이 팀을 망가뜨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눈에 띄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다른 감독들도 이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롯데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현재 양승호 감독의 운영은 분명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양승호 감독의 준비된 변은 현재의 시행착오는 더 강한 팀을 꾸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감독들은 지면서 더 배운다. 양승호 감독도 분명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는 우승을 노리던 팀이고 우승을 하기 위해 4강 감독을 자르고 새 감독을 뽑아온 팀이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