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파이어볼러’ 구대성
- 작성일
- 10-09-10 12:39
박동희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뭔가 참...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은퇴경기 직관을 못 해서 그런가, 어느날 갑자기 다시 마운드에 서실 것 같기도 하구요. 머 울 나라 말고 물건너 마운드에 서신다고는 하지만... ㅠㅠ
당신의 등번호 15번이 영구결번되는가 싶었는데, 내년시즌부터 까마득한 후배 유창식(광주일고)이 단다.
15번은 어렸을 때 달았던 등번호다. 그래서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다른 무엇보다 더 정이 가는 게 사실이다.
/ 영구결번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엠팍에서 프런트에 전화한 분 얘기로는 처음에는 구단에서 제의했는데 쿠옹이 완강하게 사양했다고 하더니, 지난 번 다른 인터뷰에서는 그런 제의 없었다고도 하시던데요-_- 아 속상해요대전고 재학시절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당시 고교 최강이었던 신일고와의 연습경기에서 1회 내리 3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것도 고의사구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거. 당시 경기가 끝나고 감독님과 주변 분들이 자꾸 물으시더라. 그래서 “일부러 3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나서 과연 내가 이 상황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씀드렸다.
/ 이거 진짜였군요ㄷㄷㄷㄷㄷ
당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신감이 느껴진다. 마운드에 있을 때 주로 어떤 생각을 하나.
머리에 잡생각을 집어넣지 않으려 했다. 마운드에 올라 타자를 볼 때면 ‘칠 테면 쳐봐!’ 하는 생각만 하지 ‘이 타자한테
잘못 던지다 맞으면 어떻게 하지’ ‘홈런 맞지 않으려면 뭘 던질까’하는 따위의 자신 없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확실히 잘 던지는 투수의 큰 재산은 자신감인 것 같습니다. 자신감... 하늘에서 따다가 원상이에게 좀 주고 싶어요ㅠㅠ 훈이에게도 좀 줘야 하고 혁민이도 줘야 하고 많이 따야겠네요-_-
관중석 소리?
관중석에서 나는 작은 소리, 이를테면 “맛있는 거 먹을래?” 하는 소리 같은 게 들릴 때도 있다.
/ 마운드에서 맛있는 거 먹을래?에 귀 기울이고 있는 쿠옹을 생각하니 그저 웃음만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세이브에 실패했을 때 관중석에서 나오는 비난의 목소리도 즐기는 편인가.
아니. 그런 소린 아예 듣지 않는다(웃음). 이유가 있다. 난 패한 경기는 복기하지 않는다. 아예 진 경기는 접어둔다.
/ 하다가 쿠옹은 귀도 닫을 수 있으신가 봅니다ㅋㅋㅋㅋ
그래서 어떻게 했나. 그 자리에서 반항이라도 했나.
반항은 무슨. 그 경기에서 일부러 홈런 맞고 졌다.
/ 반항아 쿠옹.
고맙다니?
희생번트를 잡으면 일단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릴 수 있다. 아웃이 많은 게 투수가 수 싸움을 하기엔 훨씬 더 편하다. 결국, 박현승과의 대결 때 바깥쪽 속구만 던지다가 2루수 땅볼로 잡고 한국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다.
/ 번트대면 고마운 쿠옹.
류현진이 다가와 어떤 식으로 가르쳐달라고 했나.
나와 캐치볼을 할 때마다 계속 “체인지업을 어떻게 던지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현진이가 이야기하는 거 잘 들어보면 지가
우상으로 모시는 선배는 (송)진우 형이었다. 그게 생각나서 내가 “넌 왜 나한테 가르쳐달라고 하니. 네가 존경하는 진우 형한테
가서 배우지”하면서 좀 타박을 줬다. 그러다 하도 쫓아다니기에 결국 귀찮아서 체인지업 그립과 구사법을 알려줬다.
/ 중간에 현진이와 얘기도 재밌었어요ㅎ 쿠옹은 친한 후배로 재규를 꼽으시기도 했지요ㅎㅎ
근데 또 생각나는데, 예전에 정민태 코치님 은퇴방송할 때인데 정민태 코치님, 쿠옹, 현진이 셋이 나란히 앉아서 현진이가 국어책 읽는 목소리로 정민태 선배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수고 어쩌고 하고 있는데 쿠옹이 끼어들어서 넌 왜 존경하는 선수가 매일 바뀌냐, 지난 번엔 나라고 하더니! 하고 타박하시던 장면이 생각나더라구요ㅎㅎ
쿠옹... 뭘 하시던지 응원할께요ㅠㅠ 나중에 한화 코치도 꼭 해 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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