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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상대팀과 사인을 교환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현역 은퇴한 강타자 출신 마해영(39·Xports 해설위원)씨가 19일 출간한 자신의 야구인생을 회고하는 책 ‘야구본색’(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에서 선수들의 약물 복용 등 프로야구계의 뒷얘기를 털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야구 스타급 선수가 은퇴 직후 회고적인 책을 내기는 처음이다.

마씨는 책에서 “현역시절 복용이 엄격하게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이 훨씬 복용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 선수들도 다수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젊은 시절 잠깐 선수생활을 해야 하는 프로선수들은 항상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떨치지 못해 약물의 유혹에 약하다”며 후배선수들이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마씨는 “경기에서 선수들간에 사인을 알려주고 서로의 이득을 챙기는 행동이 실제로 있고, (논란이 됐던) 일부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간 사인 교환문제는 지난해 모 프로팀 감독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마씨는 “같은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내가 오늘 못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줘’하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같은 관계는 투수나 포수도 짐작을 하기 때문에 상황을 역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큰 성과는 없다고 마씨는 설명했다.

감독들에 대한 마씨 나름의 평가도 관심을 끈다. 그는 ‘1등 선수 출신 감독은 1등이 아니다’면서 “항상 영웅이기만했던 그들(감독)은 자신보다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야, 그것도 못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내던진다”고 비판했다. 책에서 마씨가 존경하는 감독은 김성근(SK), 김인식(한화) 등. 그렇다면 어느 감독이 ‘비호감’인지, 짐작이 가게 한다. 마씨는 자신이 가장 오래 몸담았던 롯데자이언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롯데는 탄탄하고 실속있는 그룹이지만 유난히도 선수단에게만큼은 지독히도 짠돌이, 구두쇠였다”면서 특히 신인 지명에서 계약금을 인색하게 제시해 추신수, 백차승, 송승준, 채태인 등 대형 A급 선수들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마씨는 야구명문 부산중·고 출신으로 1995년 롯데자이언츠에서 프로에 입문, 이후 삼성라이온즈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역대 ‘톱10’에 들 정도의 강타자였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