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욜님께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이런 류의 논란이 많지요.
도루가 과연 필요하냐 마냐,
클러치 히터라는 건 존재하냐 뭐 그런 이야기도 많구요.

전 그걸 볼 때마다, 사람들이 숫자는 기가막히게 아는데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는 참 무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숫자라는 것도 제가 볼 땐 정확하지도 않아요.
번트를 대는 타자가 이승엽인지 박경수인지에 대한 고려는 없거든요.

도루 성공률이 80% 이상이 아니면 시도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성공률이 a 라는 투수가 b라는 포수에게 비가 오는(혹은 날이 좋거나 흐리거나) 낮(이거나 저녁이거나)에
1루수는 c이고 2루수는 d이며 유격수는 e이고 경기의 초반(중반 혹은 후반)이고
그날 경기에서 상대 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혹은 좋은) 상태인가.
를 모두 고려하는건 아니거든요.

물론 야구라는 스포츠는 그야말로 기록의 스포츠입니다만.
그런 상황 상황마다에서 거론되는 스탯이 "진짜 통계"라고 할 수 있냐면 꼭 그건 아닙니다.
통계를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런 "평균치"의 환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요.

본문으로 돌아가서 1점을 얻기 위한 작전은,
상황에 따라 찬성한다. 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대충 생각나는 상황이라면...
1루 주자는 발이 중간 이상으로 빨라야 하며 (발이 느린 경우는 별 의미 없음)
다음 타자는 타격이 평균적으로 신통치 않거나
오늘 경기에서 연신 죽을 쒔고
그 다음 타자는 오늘 경기 컨디션이 좋거나 평균적으로 타점 생산 능력이 있고
상대 내야진의 수비 위치가 번트에 대비 되어 있지 않으며
그라운드 사정이 번트 대기에 나쁘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추가로, 그런 평균치에 대한 환상 때문에
현장 담당자, 즉 감독과 코치의 판단과 경험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상황에 따라서 번트 작전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씀에는 (앞에서 언급했듯) 적극 찬동입니다.
다만, 전 일반론적 입장에서, 1점 승부 상황이 되면 '우선적으로 번트를 대는 게 맞고' - '예외적으로 타자나 주자 특성에 따라 달리 작전을 할 수 있다'는 논거가 맞느냐를 이야기 해 본 거였죠...
부언하자면 전 오히려 예외적으로 (앞서 말한 1점 승부 상황에서) 타자나 주자 특성에 따라 번트를 할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번트가 강공보다 손해보는 장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 비슷한 글을 한 번 쓰려고 했는데.. 먼저 써 주셨네요. ^^;

저는 야구는 본질적으로 '통계'와 '확률'의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야구에서 기록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수만가지 기록집단으로부터 통계를 이용해 '확률'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야구의 투-타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중 하나인 '타율'과 '방어율'은 확률을 수치화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율'은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안타를 생산할 확률.
'방어율'은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가 자책점을 기록할 확률.

이 두 가지 말고도 야구에는 수만가지 확률이 존재합니다. 출루율, 장타율, 승률, Whip, 승계주자성공률, 도루성공률, 도루저지율, 수비율 등등등... 공-수-주에 걸쳐 수만가지 확률이 존재하죠.

'번트'라는 것에 대해 제가 난데없이 '야구는 확률이다'라는 생각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결국 야구는 공격하는데 있어서 '득점을 올릴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수비하는데 있어서는 '실점을 막을 확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번트'는 번트로 인해 '득점을 올릴 확률'을 높힐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해서 '번트'가 '득점을 올릴 확률'을 떨어뜨린다면 안하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번트'는 무조건 해야한다. 또는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무사 주자 1루. 1루주자는 최준석. 타석에는 타율은 0.197, 출루율은 0.287밖에 안되는 이원석이 들어서 있고, 다음 타석에는 김동주, 양의지가 차례대로 대기하고 있다면 번트 대는 것이 득점확률을 더 높힐 수도 있겠죠.
(이원석 번트 성공률 0.950, 김동주 득점권 타율 0.321, 양의지 득점권 타율 0.346일때..

득점 확률 = 0.95*0.346+0.95*(1-0.346)*0.321 = 52.8%

물론.. 52.8% 상황에서 안타 하나에 최준석이 홈에 못들어 올 수 있는 확률도 있고(내야안타등), 반대로 47.2% 확률속에는 상대팀의 실책, 볼넷 등에 의해 김동주-양의지 둘 다 안타 못쳐도 득점할 확률도 있지만 간략하게 하기 위해 다 생략해봤어요 ^^;)

반면에.. 무사 주자 1루. 1루주자는 최준석. 타석에는 타율이 0.320, 출루율은 0.385가 되는 양의지가 들어서 있는데, 다음 타석에는 타율 0.197에 득점권 타율도 그와 비슷한 이원석과 고영민이 차례대로 대기하고 있다면, 양의지는 번트를 안대고 타격을 하는게 득점확률을 더 높힐 수도 있죠. (양의지 번트성공률 0.850, 이원석 득점권타율 0.222, 고영민 득점권 타율 0.139이므로 같은 공식으로 계산하면..

양의지 번트시 득점 확률 = 28.1%
양의지 강공시 득점 확률 = 30.6%(<- 이 확률은 양의지가 출루후(출루율 0.385), 이원석, 고영민, 정수빈 셋 중 한 명이라도 안타를 기록할 확률입니다)) (참고로 이 상황은 김광수대행이 손시헌 복귀전 경기초반에 시도했던 상황과 동일합니다. ^^;)

간략한 산식을 적었지만, 사실 번트 안대면 병살 칠 확률도 존재하고, 반면에 강공시에는 1루주자가 3루에 갈 확률도 있고 그래서 그 뒤로 안타없이 득점할 확률도 있죠.

여튼.. 번트로 인해 득점확률을 높이거나 떨어뜨리거나 하는건 상황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댓글이 길어져서.. 새로 답니다. ^^;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으로 경기초반에는 번트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에 있어서 아웃카운트 3개는 3개의 복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번트라는 행위는 스스로 1개의 복권을 긁어보지도 않고 찢어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긁었을때 1루도 가지 못하고 꽝될 확률이 60~70%가 됩니다만... 로또(홈런)라도 당첨될 확률도 1~5%나 되거든요. 게다가 그 꽝도 대개는 상대 투수에게 공을 1~2개만 던지게 하고 아웃카운트를 헌납하는 행위가 되기도 하고.. 번트 안하고 강공했을 때 병살 나올 확률보다는 낮지만, 울나라 내야수비도 전체적으로 좋아져서 번트를 댔음에도 선행주자를 객사 시킬 확률도 존재하죠.

또... 아무래도 번트댔을때보다 강공시 대량득점 확률이 더 높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어지간한 상황 아니라면 번트 대는 것보다는 강공을 하는 것이 '득점확률'과 '기대득점수' 모두 높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저도 경기 초반 번트는 안 좋다고 보는데
실제로는 경기 초반 선취점 때문에 많이 대는 것 같아요 ㅎㅎ
경기 후반엔 이미 승부가 기운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에이스간 경기라면 번트작적은 괜찮다고 봅니다.
이 상황이 아니라면 번트는 그다지...
특히 상대투수가 볼넷 남발하면서 흔들리고 있는데 나오는 번트는 극악의 선택!!!

케바케 아닐까요....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죠?!

야구라는 것이 멘탈게임이라는 점에서, 측정할수없는 변수가 있죠.ㅎ..

무사 1루에서 번트는 효과적일 수도 아닐수도 있죠 ㅇ_ㅇ;;

번트 자체가 문제가 되선 안되기에 몇몇 감독들이 지나치게 번트를 선호해서 득점 생산력을 저하 시킨다는 비판으로 바꿔야 할듯 싶습니다.

아무리 확률싸움이라지만 야구는 선수가 하는거지 계산기가 하는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