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과 리영희
- 작성일
- 14-03-26 19:12
김삼웅씨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김삼웅씨가 리영희씨를 위해 작성한 생제문을 봤습니다. 인상적이어서 올려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9061843061&code=990303
제문(祭文)은 망자에게 올리는 글인데 산 사람에게 제문을 쓴 사람도 있었다. 송나라의 학자 문천상(文天祥)이 원나라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제자 왕염오(王炎五)가 ‘생제문’을 지었다. 제자는 스승이 옥중에서 쓴 ‘정기지가(正氣之歌)’에 감복하여 유교 질서에 반하는 생제문을 썼다.
－암울한 시절 ‘이성의 빛’－
리영희 선생이 ‘지적활동’의 마감을 선언했다. “정신적·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지적 활동을 마감하려니 많은 생각이 든다”며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와 지적 활동을 마감하는 시기가 일치해 하늘이 일종의 깨달음을 주는 걸로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향신문 9월5일자)
그가 한평생 씨름한 ‘우상과 거짓’은 사라졌는가. ‘진실이 거울처럼 통하는’ 세상이 되었는가. 리영희는 암울한 시절 이성의 한 줄기 빛이었다. ‘시대의 양심’과 ‘의식화의 원흉’으로도 불렸다. 그는 고난 받는 지식인의 상징이었고 취생하는 시대의 ‘등에’였다. 그 ‘등에’가 지적 활동을 마감하겠다고 한다. 아테네 시민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그 도시를 떠났던가? 강준만 교수의 리영희 평가는 새롭다. “선생은 일관성을 지켰으며 그 일관성은 자신의 삶에도 엄격히 적용되었다. 선생은 자신의 본의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젊은이들의 영웅이자 우상이었다. 그러나 우상 타파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그는 자신이 영웅이나 우상으로 추앙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신화를 스스로 파괴하는 데에 앞장섰던 것이다.”
중국 허난성 산저우의 동쪽 황허강 가운데 지주라는 산이 있다. 황허의 격류 속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서 ‘중류지주(中流砥柱)’라는 고사가 생겼다. 리영희는 격동의 현대사에서 정신적 중류지주였다. 6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글쓰기와 사회 활동에 크게 불편한 속에서도 띄엄띄엄 글을 쓰고 발언도 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펜을 놓겠다고 한다. 중국 시인 이상은의 작품 ‘무제시(無題詩)’가 떠오른다. “봄 누에는 죽어서야 실 뽑기를 그치고/촛불은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마른다”는 내용이다. 왜 이런 시구가 생각날까.
칼 발트는 나치스 시대에 숱한 지식인이 침묵할 때 할 말을 했다. 대전 후 그는 침묵했다. 헝가리 사태가 일어나도 발언하지 않았다. 라인홀드 니버가 이를 비판하자 “그때는 나치스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산주의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육성이, 육필이 그립다－
－암울한 시절 ‘이성의 빛’－
리영희 선생이 ‘지적활동’의 마감을 선언했다. “정신적·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지적 활동을 마감하려니 많은 생각이 든다”며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와 지적 활동을 마감하는 시기가 일치해 하늘이 일종의 깨달음을 주는 걸로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향신문 9월5일자)
그가 한평생 씨름한 ‘우상과 거짓’은 사라졌는가. ‘진실이 거울처럼 통하는’ 세상이 되었는가. 리영희는 암울한 시절 이성의 한 줄기 빛이었다. ‘시대의 양심’과 ‘의식화의 원흉’으로도 불렸다. 그는 고난 받는 지식인의 상징이었고 취생하는 시대의 ‘등에’였다. 그 ‘등에’가 지적 활동을 마감하겠다고 한다. 아테네 시민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그 도시를 떠났던가? 강준만 교수의 리영희 평가는 새롭다. “선생은 일관성을 지켰으며 그 일관성은 자신의 삶에도 엄격히 적용되었다. 선생은 자신의 본의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젊은이들의 영웅이자 우상이었다. 그러나 우상 타파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그는 자신이 영웅이나 우상으로 추앙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신화를 스스로 파괴하는 데에 앞장섰던 것이다.”
중국 허난성 산저우의 동쪽 황허강 가운데 지주라는 산이 있다. 황허의 격류 속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서 ‘중류지주(中流砥柱)’라는 고사가 생겼다. 리영희는 격동의 현대사에서 정신적 중류지주였다. 6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글쓰기와 사회 활동에 크게 불편한 속에서도 띄엄띄엄 글을 쓰고 발언도 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펜을 놓겠다고 한다. 중국 시인 이상은의 작품 ‘무제시(無題詩)’가 떠오른다. “봄 누에는 죽어서야 실 뽑기를 그치고/촛불은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마른다”는 내용이다. 왜 이런 시구가 생각날까.
칼 발트는 나치스 시대에 숱한 지식인이 침묵할 때 할 말을 했다. 대전 후 그는 침묵했다. 헝가리 사태가 일어나도 발언하지 않았다. 라인홀드 니버가 이를 비판하자 “그때는 나치스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산주의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육성이, 육필이 그립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것은 지식인의 덕목이다. 말을 해야 할 사람은 입을 닫고, 그만 했으면 싶은 이들이 목청을 높이면 국민의 판단력이 흐려진다. 한쪽 날개가 꺾인 새는 높이도 멀리도 날지 못한다. 시류에 편승하는 지식인이 많은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조선 후기 홍길주의 글은 맵다. “문장보다 귀한 것은 몸을 지키는 위엄을 갖추는 데 있다. 지위가 낮아 미천하고 문장도 별반 놀랄 만한 것이 없는데도 가는 곳마다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 또 문벌도 낮지 않고 문장도 화려함을 갖추었는데 가는 곳마다 능멸과 업신여김을 받는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지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가. 글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완용의 글이 명필이라 해도 누가 사겠다고 할까. 공자와 얼굴이 닮았다는 양화(陽貨)를 스승으로 모시는 유학자가 있단 말은 듣지 못했다. 한반도 주변의 풍랑이 거세진다. 우상들이 설친다. 그의 가르침은 12권짜리 전집으로 족할까. 육성이, 육필이 그립다. 깨어 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스며들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리영희 선생님, 더디 더디 늙으소서.
조선 후기 홍길주의 글은 맵다. “문장보다 귀한 것은 몸을 지키는 위엄을 갖추는 데 있다. 지위가 낮아 미천하고 문장도 별반 놀랄 만한 것이 없는데도 가는 곳마다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 또 문벌도 낮지 않고 문장도 화려함을 갖추었는데 가는 곳마다 능멸과 업신여김을 받는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지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가. 글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완용의 글이 명필이라 해도 누가 사겠다고 할까. 공자와 얼굴이 닮았다는 양화(陽貨)를 스승으로 모시는 유학자가 있단 말은 듣지 못했다. 한반도 주변의 풍랑이 거세진다. 우상들이 설친다. 그의 가르침은 12권짜리 전집으로 족할까. 육성이, 육필이 그립다. 깨어 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스며들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리영희 선생님, 더디 더디 늙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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