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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휴가 때, 완결된 웹툰을 네개 몰아봤다. 순서대로

인간의 숲(황준호)

살인자ㅇ난감

S-라인(꼬마비, 앙마비)

팔라딘(문정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웹툰과 웹툰 이전 만화들의 차이, 장단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웹툰은 그림의 질이 떨어진다. 물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웹툰/잡지만화 구분 없이 그림의 질이 예전만화만 못하긴 한데, 웹툰은 더 떨어진다. 

예전에는 만화를 사서 보는 사람도 많았고, 빌려 보더라도 반납하기 전에 몇번을 보고 갖다주는 적이 많았다.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잘 그린 만화를 더 보게 된다. 또, 그림을 보고 따라그리는 등, 장면 하나하나를 되새길 기회가 많았다. 내용이 재밌다고 하더라도 그림이 맘에 안들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선택에서 제외되었다. 그래서 그 시대에는 잘 그리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장편 웹툰들은 마치, 소설과 과거의 만화의 중간처럼 느껴졌다. 웹툰이 길어봐야 단행본 4권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을테지만, 그 안에서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그림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할 이야깃거리만 풍부하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보니 그 전 같으면 묻혔을 재능들도 인기를 얻는다. 극화의 그림만큼 뛰어나지도 않고 소설만큼 구성이 치밀하지도 않지만, 양쪽의 장점을 조금씩 가지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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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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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숲

- 극악의 살인마들이 한곳에 모여있고 그 가운데 평범한 사람 하나가 끼어 있다면이라는, 첫 소재의 신선함을 동력으로 끝까지 가는 전형적인 타입이다. 다만, 절정 이후 결말까지 힘이 약하다. 

살인자ㅇ난감

- 4컷 만화를 이어붙이는 형식으로 아즈망가 대왕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은 더 단순. 사실 그림 보는 맛은 정말 없다. 하지만, 중간에 치명적인 증거로 등장하는 죄와 벌 소설같은 흥미로운 소재를 중심으로 꽤 설득력있게 독자를 빨아들이고, 복선을 아주아주 많이 심어놓아서 찾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죄와 벌의 팬이다보니, 그와 비교해서 '필요한 살인'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노는 작가의 힘이 좀 약하게 느껴진다. 특히 평범한 사람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에 인과관계가 약하다. 

살인마를 초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표현한 것도 재밌었는데, 언브레이커블을 연상시켰다. 작중에 이 영화 제목을 등장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노빈이 그런 인물을 찾아나선다는 인과관계를 보강하기 위해서라도.

위에서 묘사한 최근 웹툰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S-라인

-살인자ㅇ난감 때문에 읽게 된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 특히 살인자ㅇ난감 밑에 댓글에 S-라인이야 말로 인간의 숨은 내면을 파고든다라는 추천이 많아서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공감하기 힘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살인마로 다시 태어나는 내용보다 섹스한 사람 수를 타인에게 공개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꺼야라는 내용이 더 공감하기 힘들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보기엔 베팍에도 공감 못할 사람들이 많을 듯. 게다가 주인공 하나를 두고 끌고가는 내용이 아니다보니 지루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미혼모를 다룬 내용은 슬펐음. 

팔라딘

-전부 재밌게 봤지만, 문정후의 팔라딘을 마지막에 보면서, '그래, 이런 게 만화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전의 만화들은 그림이 역시 너무나 부족했다. 대사가 없어도 그림 한편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그런 힘이 요즘 웹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웹툰들은 배경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정후의 꽉 찬 그림이 너무나 좋았다. 게다가 올칼라 만화가 아닌가. 아 어린이 학습만화를 통해 갈고 닦은 이 완벽한 색칠을 보라. 

스토리 작가 역시 늘 같이 해온 류기운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케릭터가 그의 전작들과 겹쳐도 너무 많이 겹쳤다. 내용 역시 용비불패 외전과 판박이. 게다가 꽉찬 그림을 칭찬했지만, 때문에 진행이 다른 만화에 비해 느리다. 그래서 50화에 걸친 연재에도 불구하고 몇개의 사건해결을 통한 옴니버스 형식처럼 느껴진다. 웹툰에 올렸지만, 이전의 국내 단행본 만화의 장단점이 고루 나타난 작품.

이 만화 보면서, 이전의 작가들은 최근의 웹툰의 조악한(?) 그림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무리 내용이 중요하다지만, 만화가인데 저렇게 그려서야 쓰나라며, 내용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사람이 많을 듯. 세대 간 단절이 좀 있지 않을까?

기타

-그 외에 내가 전에 읽어본 웹툰 장편 작가는 안일권, 강풀, 윤태호 등등이 있는데,

윤태호야 단행본만화로도 크게 성공했었던, 허영만의 제자로 허영만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작가라 더 할말이 없고, 나머지 중엔 안일권이 인상적이었다. 웹툰으로 할 수 있는 시청각적 효과를 가장 잘 이용하면서도 그림도 깔끔하고 스토리도 흡입력 있었다. 강풀의 경우는 그림 공부 좀 더 했으면 좋겠;;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아직 한번도 보지 않은 강도하, 양영순(물론 누들누드는 봤다. 그러나 이건 웹툰이 아니었음), 주호민이 그린 웹툰을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