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살포에 대한 한 포스팅.
- 작성일
- 13-08-28 13:50
인터넷 기사들보다 조금 더 자세한 글이라서 가지고 와봅니다.
아는 교수님이 페북에 포스팅하신건데 (아마 어제일 듯.)
이후에 고열로 화학무기를 파괴하는 미사일폭탄도 있다는 댓글들도 달리고
각기 다른 나라들에서 올린 또 다른 시각들과 분석들이 많았는데 다 올리지 못해서 아쉽군요.
현재 시리아 정황을 볼 때, 아사드 정부군이 비교적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정부군은 단결하고 있었고, 이란과 헤즈불라의 물리적 지원, 유엔 무대에서는 러시아, 중국의 확고한 외교적 지원이 있었던 반면, 반군은 분열되어 있었고, 서방측은 말로만 지원운운했지만 반군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소강상태속에서 다마스커스와 알레포는 완연히 정부군이 장악한 상태였다.
여기에 국제사회는 이집트 사태 등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더 이상 시리아에 깊이 눈길을 둘 여유를 잃게 되는 상황에서 화학무기 사용 논란이 발생했다. 의아했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 국면이면 상황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다가 권좌를 지킬 수 있는 수순이었다. 아사드로서는 나쁠게 없었다. 국제사회가 아사드의 축출을 요구하면서 궁지로 그를 몰아갔었지만 그는 회생하는 분위기였다. 다수의 중동전문가들도 아사드의 회생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에 화학무기 사용이 터졌다.
이렇다보니, 이런저런 음모론이 돌기 시작한다. 아사드 정부와 이란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은 반군내 알 카에다의 자작극이라는 것. 만일 그렇다면 정말 천인공노할 짓이겠지. 나같은 국외자로서는 아사드가 맘에 들거나 괜찮아서가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그럴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아야 했다.
그러나 더 높은 가능성은 시리아가 자신감의 회복속에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하는 데에 있다. 나 역시 방점을 그 쪽에 두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다.
1. 시리아 반군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분열되어 있고, 지역별로 자기 거점을 중심으로 일종의 해방구만 확보하는 형태다. 즉 점조직의 투쟁 양상이다. 그렇기에 전선을 형성 힘을 모아 다마스커스로 진공해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사드는 대량파괴무기 사용으로 반군의 사기를 꺾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저쪽은 단일대오로 싸우지 못하는 판에 한쪽에서 저렇게 황당하게 당했을 때 분노를 결집시켜 하나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반군의 리더십 부재를 간파, 공포를 확산시키는 효과.
2. 동시에 정부군 편에 선 세력들에게는 아사드의 확고한 무장진압의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어설픈 타협과 지루한 공방으로 끌고가지 않고, 반드시 반군을 격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
3. 이란 입장에서는 시리아가 WMD 사용을 해봄으로써 미국 및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살필 수 있는 테스트 필드처럼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레드라인을 천명한 오바마의 반응을 살피고, 향후 자국의 핵개발과 관련, 행보와 전략을 가늠해보려 하는 의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4. 결정적인 것은... 미국 및 서방의 딜레마를 간파하고 있었을 가능성이다. 미국은 수일내에 WMD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에 대한 응징을 할 것을 천명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 첫째, 화학무기 시설을 정밀타격한다고 하면, 생화학무기의 특성상 공중공격을 받아 폭파되는순간 독성물질이 터지게 된다. 즉 생화학무기를 기폭시키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며, 이는 화학무기를 막기위한 공격이 오히려 화학무기를 폭발시키는 역설이 된다.
- 둘째, 시리아의 방공망은 과거 리비아와는 또 다르다. 구 소련의 기술로 구축되어 있는 방공망은 여전히 러시아의 지원으로 나름 첨단으로 유지되어 왔다. 더우기 주 타격목표가 다마스커스와 알레포가 될터, 이 때는 아무리 정밀타격을 한다고 해도 Collateral damage를 막을 길이 없다.
- 셋째, 유엔안보리 결의는 어차피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유엔아닌 다른 거버넌스로 공격을 해야 하는데, 러시아 중국은 계속해서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할 것이고, 상기한 콜래터럴 대미지가 생각보다 크거나, 아니면 화학물질 유출로 대량살상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미국과 서방이 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이다.
- 넷째, 자칫 이 공격으로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여전히 아사드는 권좌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능성은 그닥 높지는 않지만 시리아는 골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지전을 도발할지도 모르고, 이스라엘이 반격할 경우 양상이 일거에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이 엮이는 순간 아랍의 대시리아 전선은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 것. 주적이 이스라엘이고 특히 정치권과는 다르게 아랍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는 이 경우 반아사드에서 반이스라엘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1차 걸프전때 사담이 계속해서 이스라엘로 스커드 미사일 날린 이유도 그것이었다.
- 다섯째, 리비아에서 보았듯 무력개입을 통해 카다피를 날렸더니, 안정화가 된게 아니라... 오히려 미국은 대사가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을 경험했다. 즉 아사드의 부재가 곧 시리아 및 인근국가의 평화를 약속하는게 아니고,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져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특히 아래 포스팅에 올렸듯, 반군들이 향후에 어떻게 돌변해서 미국에게 칼을 들이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공포가 상존한다.
- 여섯째, 대량파괴무기의 사용은 정말 비윤리적이고 천인공로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여론은 지금에야 흥분하고 어린아이들의 죽음앞에 분노하지만... 혹여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들어가는 전비와 계속되는 전쟁 소식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쟁에 대한 혐오를 경험했던 미국인들에게 또다른 염증을 안겨줄 수 있고, 이는 국내문제를 우선시하고자 하는 오바마에게는 또다른 골치거리이다.
아사드는 이런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화학무기 사용을 통해 슬쩍간보기를 하며 다음 전략을 이란과 논의하지 않았을까? 만일 그렇다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만일 반군의 소행이라고 해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절망적이다. 정치에 희생되는 무구한 어린아들의 시신만 자꾸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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