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 작성일
- 13-09-18 02:13
집에 들어오니 두 가지의 소식이 있었어요.
하나는 하와이에서 십년만에 우리 외할매의 아픈손가락 삼촌이 한국에 왔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몇 달 째 동생2의 집에서 요양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죠.
"ㅇㅇ네 할아버지 돌아가셨어."
"그럼 나한테 연락 좀 해주지!"
"넌 저녁약속 있다며 나갔잖아... 그리고 너야... ㅇㅇ(동생1)랑 둘이 같이 가려는 줄 알았지."
삼촌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엄마랑 짧게 대화를 하고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막 친하던 할아버지도 아니고 갑작스런 일도 아니어서 별로 충격적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따져보니 추석 당일에 발인을 하게 되었더라고요.
동생 1과 같이 가려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또 생각해보니
남들은 다 휴가라고 오밤중까지 놀고있거나 시골에 내려가거나 하고 있는데
한놈은 백화점에서 일하느라 진이 빠질대로 빠져있고
한놈은 할아버지 빈소를 지키고 있네요.
그냥 오늘하루 원없이 놀아제낀 게 누나로서 살짝 미안해지는 밤이었어요.
못생겼다고 맨날 놀려대도 우리 동생들도 마음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안되면 뭐... 추석 끝나고 우리끼리만 돈암동 어디 구석에 처박혀서 늘 그렇듯 밤새 마시면 되겠죠 뭐.
2006년 여름,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그 아이의 등을 보며 든든한 진짜 누나가 되어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직도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 누나네요.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이상 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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