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롱이 이야기
- 작성일
- 13-06-12 14:45
월요일에 대전에 살던 길냥이 아롱이가 우리 집에 왔어요.
여러 가지 겪은 일이 많아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 안정을 취해야 해서 방 하나를 아롱이에게 내 주었어요.
장롱 옆 틈새에 숨을 곳도 만들어 주었고요. 고양이는 좁은 곳을 좋아해요..
케이지 문을 열어놓고 방문을 닫아 놓았더니 역시나 장롱 옆에 깊숙이 들어가 숨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녁에 몇 가지 짐을 더 옮기고 밥 먹고 왔는데 아롱이가 안 보이는 거에요.
그 좁은 방에 숨을 곳도 없고, 짐 옮기려고 잠시 문을 열었을 때 나간 건 아닌지,
자기 활동 영역도 아닌 이곳에서 어떻게 하나 자책도 하면서 방에 앉아 있는데 제 방 문앞에 아롱이가 가만히 앉아 저를 보고 있는 거에요.
놀랄까 봐 다가가지는 못하고 말을 거니까 사라져 버렸어요.
아롱이 방에 가서 장롱 뒤를 자세히 살펴보니 장롱 밑에 좁은 공간이 있더라고요.
알았다면 잘 막았을 텐데..
그 뒤로 아롱이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밥도 줄고 물도 줄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걸 보고 내가 환상을 본 건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참 신기하죠? 저렇게 꼭꼭 숨어 있는 아이가 어떻게 방에서 나와 제 방문 앞까지 왔을까요?
걱정하는 제 마음을 읽고 안심시키려던 걸까요?
우리 둘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