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이 작품은 우리가 상영관에 들어서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때 보이는 상영작 안내표의 가장 위쪽에 위치 해 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가슴에 가득 담긴 여운을 품에 안고 극장을 나설 때, 내가 이런 영화를 만나게 된 것을 감독과 배우, 스탭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게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스탭롤이 올라가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텅빈 관객석을 보며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고, 포털에 와서 이렇다 할 감상기가 없음을 보았을때,
 
행여 이런 좋은 작품이 빛을 못 보고 흥행이 안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점점 차오릅니다.

최소한 저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고난지 1시간이 넘게 지났는데도 말이죠.

이러한 이유들은, 스크린에 투영되는 작품의 배경과 구도가 제가 겪어온 삶의 궤적과 많은 부분이 일치해서 인지도 모르니까요.

타락한 가장의 폭력으로 인한 지옥같은 나날에 홀연히 찾아와 손을 내미는 사이비종교의 그릇된 구원과 믿음, 그리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집단의 반목과 갈등.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그 고통의 소용돌이속에서 다행히 살아 나왔기에

그리고 그로인한 댓가를 치루었던 제게, 더 더욱 이 작품이 절절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이야기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작품은 여러분이 꼭 저와 같은 감흥이 오지 않아도 최소한 추격자급 하드보일드를 보여주는 작품이란 겁니다.

이 작품은 80,90년대에 낙후지역 개발과 함께 횡행했던, 어쩌면 지금 어딘가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사이비종교의 폐단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텔링은 마치 한마리 맹수가 거칠게 날뛰며 달려가듯, 숨 쉴틈 없이 그들이 부락사회에 어떻게 스며들어 주민들을 절망에 빠뜨리는지,

그리고 그들로 인해 어떠한 전개를 맞는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 줍니다.

그 무시무시한 임팩트는 올해 보았던 어떤 실사 영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능가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수십배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조차도 부끄러울만한 영화적감성을 유감없이 표현하니까 말이죠.

개인적으론 최근에 보았던 산드라블록주연의 그래비티,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만약 실사영화였다면, 그 내러티브를 표현함에 있어 훨씬 오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겠지만, 셀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구조적 어려움을 노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은 하나의 축복이자,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한정된 예산과 척박한 여건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는다는 것은

한낮 뜬구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참고로,사이비의 제작비는 3억8천만원입니다.)

다행히 오랜시간 애니메이션을 접해온 제게는 그것들이 아무런 장해가 될 수 없었고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지요.

셀 애니메이션 연출 또한 극의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에는 충분한 분량으로 표현력을 극대화하고, 단순한 공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씬에는 분량을 절감하는 재치도 좋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목소리 또한 명료하게 전달되어 스토리의 이해와 애니메이션의 부족한 표현을 베터랑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보완하여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의 퀄리티를 낼 수 있었던 부분이 놀라웠구요.
(현직 영화배우들의 더빙은 이를 위한 안배가 아니었나 느껴졌습니다.)

절제된 사운드 이펙트 또한 작품의 현실성을 뒷받침하는 데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습니다. 각 씬 별 장소의 공간감을 잘 이해하고 있더군요.

BGM또한 분위기에 녹아들게끔 편곡되어 상당히 좋았구요.

작은 바램이 있다면, 작품이 제대로 흥행해서 그 수익으로 디렉터즈 컷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독의 작품관이나 의도를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세심히 알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블루레이 나오면 당연히 구입합니다.

재개봉작이 연이어 터지는 소강상태의 11월 극장가에서 이 영화, 놓치면 정말 후회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