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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3-01-09 11:45

글쓴이: ［쓰봉］설도롱뇽
IP: 1.♡.♡.57; 글쓴이의 다른 게시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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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90

댓글: 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친구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인데 따땃해서 올려봅니다.

어제 언급한 사고=복권 식의 마인드나 지하철 토스트가 논란이 되는거나

또 바로밑에 목욕탕에서 사진때문에 처벌을 해달라는거나

참 세상이 각박해져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마음이 훅 훈훈해 지더라고요.

친구랑 약속했어요.

우린 이렇게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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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보니 엽서 한 장과 새 카드 두 장 그리고 책 두 권이 책상에 놓여 있었다. 책을 보니 얼마 전 내가 중고 서점에서 개인 판매자에게 주문한 책이었다. 그럼 나머지 책 한 권과 비닐에 싸인 카드 두 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엽서는 뭐지? 엽서를 돌려보니 누군가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훈'으로 짐작되는 영문 이니셜을 보고 처음엔 가끔 저렇게 편지나 엽서를 보내오는,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강원도 원주에 사는 친구 상'훈'이인가 싶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이미 시장에서는 절판된 책을 소장하고 있다 내 주문을 받고 책을 찾아 포장해 보낸 그 '개인 판매자'였다.
"막상 배송을 위해 책을 찾아보니 책이 너무 낡았습니다. 이제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일단 보냅니다만......
혹 반품을 원하시면 이 건의 반품 배송비는 제가 책임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함께 보내는 것은 죄송한 저의 마음이니 반품시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절판된 책의 거래가는 2,000원이었다. 값도 값이지만 어쩌면 구하지 못했을 책을 이분이 가지고 있다 찾아서 보내주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을 텐데. 대개 이런 경우 책을 팔고자 하는 이가 상품을 등록한 시점과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 그 책을 구입하는 시점 사이의 거리가 '한참이 지나서'일 터라, "죄송해요, 책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어요"란 전화나 메시지를 받은 적도 여러 번인데. 2,000원 받으시면서 엽서에 직접 메시지도 써주시고 오히려 미안하다며 르네 마그리트 그림 카드 두 장, 그리고 상품의 교환 가치로 돈을 제공한 낯선 거래자에게 새해의 복과 행복을 빌어주었다.
내가 산 책과 더불어 미안함의 선물(?)로 온 또 한 권의 책 제목은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이다.
이 아름다운 사람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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