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
- 작성일
- 13-03-16 00:43
오늘이 한국에 귀국한 지 딱 세 달 째 되던 날이었어요.
귀국하기 직전 한국에 가면 이거랑저거렁 그거부터 해야지, 했던 게 몇가지가 있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면허따기, 라식수술하기, 피부과 가서 기미주근깨 레이저로 지지기, 얼른 엄마가 내 이름으로 부어논 적금 들고 날라서 월세방으로 튀기 등등
1. 면허는 차 사기 직전에 따는 게 낫다는 동생놈의 얘기를 듣고 팔랑귀이다 보니 잠정적 보류.
2. 라식수술하기는 심지어 귀국 직전에 가지고 있던 안경들도
"난 가자마자 라식 할거야! 와핳핳핳핫!!!!!" 하고 소리지르며 다 파리에 버리고 온다는걸 군식구가 겨우 말려서 들고왔었는데...
그노무 술을 일주일인가 한달간 마시면 안된다는 식겁하는 얘기에 얼른 보류.
3. 피부과는... 막상 가려니 돈아까움. 그리고 이것도 분명이 며칠간은 금주일 게 뻔함.
4. 독립하기는... 일단 적금 먹튀는 불가. 전세금대출은 왜 신혼부부한테만 이자가 싼거야!!!!!!!
어무니는 옆에서 살살 웃으며 "나한테 빌려~~ 내가 오프로에 해줄게~~" 이러면서 약올리고 있는데 진짜로 그렇게 해 버릴 생각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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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것저것 뭐 해야지, 해야지, 했던것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생각해보면 계획할 수 없었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
그러니까 진짜 내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내 앞길을 만들어 나갈 지 같은건 내 맘대로 계획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그런 것들은 꽤 있었고 또 앞으로도 한국에서 사는 게 힘들기야 하겠지만 막막하고 힘들기만 하진 않고 즐겁고 기쁠 수 있겠다는 희망같은 것들도 보이는 것 같고, 뭐 나름 내 계획이나 예상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던 3개월이지만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일단, 전 단거리 아니고 마라톤 뛰어야 하니까, 스타트에서 넘어지진 않았나봐요. :)
처음 한달은 초조해서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제야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기네요.
"야. 이게 마라톤이라서 오래걸리지만 내가 결승선에 다다르면 어쨌든 메달인데?"
동생한테 세달 내내 얻어먹으면서 농담처럼 계속 이렇게 말했거든요.
...근데 진짜 그렇게 되려고요. 훗. (난 근자감의 황제니깐.)
여튼. 하고픈 말은. 드디어 내가 한국에 와서 한국에 살게 되었다는 실감도 나고
그러면서 여기의 삶에 애착이 생기기 시작 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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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장 중요한 한국와서 주구장창 퍼마시고 야구보면서 쌍욕하기. 가 남았는데 이게 가장 현실적이네요. 이거나 해야겠어요.
뻘글 만렙 지존의 간만의 조낸 긴 뻘글.
군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