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밑에 앙겔 님의 글에도 댓글을 적긴 했습니다만, 그 댓글은 앙겔 님을 대상으로만 적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글도 앙겔 님에게 쓰는 글은 아닙니다.

첨언은 이만하고, 쓰겠습니다.

대중이라는 말처럼 공허한 말도 없습니다.

타워팰리스에서 50인치 코냑을 마시며 나는 가수다를 보는 사람도 대중이고, 10인치 넷북으로 겨우 겨우 나는 가수다 다운 받아서 보는 사람도 대중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같은 대중일까요?

조금 가깝게 엠팍과 베팍을 봅시다. 베팍은 인터넷 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단히 균질적인 집단입니다. 그래프로 나타내자면 정규분포 비슷하게 보일 겁니다. 정치적인 색도 비슷하고, 경제적 수준, 학력 등도 전체 국민 집단을 대상으로 비교하자면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조금 심하게 일반화하자면 '4년제 대학과 그에 준하는 학력을 갖춘 20~30대 남성'들의 집단입니다. 따라서 문화적으로 비슷하고 말하는 것도 정제돼 있습니다. 아 참 이건 평균을 내서 하는 말일 뿐이니 너무 신경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통계적 유의성도 없는 사견일 뿐이니까요.

엠팍만 해도 확 다릅니다. 워낙 사람이 많이 오기도 하고, 계층적, 계급적, 세대적으로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한게는 한국야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라도 있지 불펜은 그마저도 없습니다. 과거엔 스포츠를 좋아하는 20~30대 남성들의 집단 정도 됐겠지만... 글쎄요. 프로야구의 급속한 부흥과 촛불집회 이후엔 사람이 너무나 많아져 읽어낼 수 조차 없습니다.

이런 계층 분석과는 별개로 엠팍과 베팍은 강한 결속력을 지닌 집단이 아닙니다. 그나마 베팍은 운영진을 느슨한 직선을 통해 선출해 나름의 운영 방향을 정하고 규율을 정할 수 있지만, 엠팍은 동아닷컴에서 보기엔 '계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시판이기에 게시판에서 뭔 일이 나도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외부적 조건으로도 규정하기 힘든 곳입니다.

엠팍과 베팍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곳은 그나마 낫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로 묶어내기 참 어려운 곳이니까요.

그래서 이제 부터 제 주장을 얘기하겠습니다. 목적과 대상이 없는 글은 공허할 뿐이니까요.

'계륵'인 엠팍은 집어 치우고 베팍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제 얘기부터 하지요. 다른 사람들이 진심으로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 수도 없고, 읽어낼 수도 없으니까 제 얘기를 하는 것이지요.

저는 베팍을 일차적으로는 야구 얘기를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이차적으로 다양한 사회, 문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들의 근저에는 제가 항시 느끼는 외로움을 이곳에서 덜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리 정이 많은 성격이 아니고 엮이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소위 '친목질' 혹은 친근함을 드러내는 일을 잘 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가끔 칼날을 내보여 사람들을 다그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뭐 아니라고 여기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

제 계급적 문화적 위치를 말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저는 이런 이유로 베팍에 오지만 다른 누군가는 아마도 다른 이유로 이곳에 올 겁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진 부분을 나누려 오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그마한 인정을 바라는 사람도, 또 인정하고 싶은 사람을 보고 싶어 오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결국 이곳은 느슨한 결사입니다. 느슨한 조직입니다. 오라는 사람도 없고, 가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싫은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친근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떤 한 사람이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조용히 간간히 들어와 옹달샘에서 조용히 물 먹고 가 듯이 행동하기도 할 겁니다.

누군가가 여기를 무엇이라고 정의를 해도 이 곳은 한 사람이 빠지거나 들어오면 또 다르게 정의해야 하는 공간으로 변합니다.

주체할 수 없이 커진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 곳은 이곳을 참여하는 사람이 그 색깔을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글을 올리냐에 따라 성격이 수시로 바뀝니다. 누군가의 글을 올리는 행위를 지적하기 보단 능동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글을 올리면 더 빠르게 변합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제 목적에 충실하게 글을 올릴 뿐이고, 그에 맞춰, 다른 누군가의 글과 함께 어우러져 이 곳의 성격이 만들어집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곳이 문제 있다"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 원하는 방향의 글"을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목적도 대상도 뚜렷하지 않은 문제제기는 공허할 뿐입니다.

빈 도화지, 아니 수백, 수천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인 이 공간을 자신의 색깔로 칠하는 작업이 비판보다 훨씬 유의미한 일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