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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떠돌이 생활만도 서글픈데
설상가상 잇따라 부모상을 당했다오
부러워 마지않는 건 그대가 형제들과
춘풍에 색동옷 입고 어머니 뵙는 거라네

 流離數歲足憂傷
況復連年見二喪
堪羡君今兄弟具
春風綵服覲高堂
 

  
   
  
 - 이집(李集 1327~1387)

  <근친하러 우계에 가는 생원 이우를 전송하며[送李生員愚覲母羽溪]>

 《둔촌잡영(遁村雜詠)》 (한국문집총간 3집)
 
  
 
   
 [해설]
 
  
 
   
   위의 시는 고려 말 공민왕(恭愍王) 때 뛰어난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둔촌(遁村) 이집(李集)의 작품이다. 둔촌은 1368년 42세 때 신돈(辛旽)을 논핵한 일로 화를 당하게 되자 부친과 함께 경상도 영천(永川)으로 피신하여 최원도(崔元道)의 집에 우거해 있었는데 이 시기에 잇따라 모친상과 부친상을 당하였다. 이후 둔촌은 1371년 신돈이 축출된 뒤에야 돌아올 수 있었는데 위의 시는 이런 쓰라린 역경의 시기에 지은 듯하다.

  시의 첫 구에서 화란을 피해 떠도는 생활의 서글픔을 서술하고 또 둘째 구에서 잇따라 두 번의 상을 당하였다는 말로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읊고 있다. 객지 생활에 친상을 연달아 치르게 된 둔촌으로서는 어머니를 문안하러 고향으로 떠나는 생원 이우(李愚)가 한없이 부러웠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형제마저 모두 무고하여 이제 돌아가면 형제들과 함께 노모를 뵙고 마음껏 효도를 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신은 효도하고자 하여도 이젠 더 이상 부모님이 살아계시지 않는 상황이므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을 금할 수 없는 처참한 심정인 것이다. 시에서도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이생(李生)의 상황을 전후로 대비하여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 구의 춘풍(春風)이나 채복(綵服)은 효도를 주제로 하는 시에 자주 언급되는 단어이다. 채복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효자였던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이 넘어서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색동옷을 입고 병아리를 갖고 놀며 일부러 넘어지기도 하는 등 어린아이처럼 굴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인데, 나이 들어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춘풍은 부모의 큰 은혜를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날에 비기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만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을 저민다. 그중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종신토록 평생을 품고 살아야하므로 종신지통(終身之痛)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를 뵈러 가는 이우를 부러워하며 전송하는 둔촌의 가슴에도 그런 싸한 그리움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글쓴이
김성애(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