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ㅋㅋㅋㅋㅋㅋㅋㅋ

http://nasanha.egloos.com/10653256

경상도 밀양에서 며칠을 뭉개고 있다.  영화 '밀양'의 무대이며 아랑 전설의 고향.  뭐 하는 일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어서 유쾌한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지만 한 고장에서 여러 날 지내며 이곳저곳을 쏘다니다보면 지루할 일은 없다.  

오늘 아침은 시장통에서 '시락국밥'을 먹었다. 이 고장에선 시래기를 시락이라고 하나보다.  아침식사를 하는 데가 드물어서 그런지 자리는 만원.  새벽장사 나온 듯한 시장 상인들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아침상엔  벌써 빈 소줏병들이 시위 중이다.

아침 드라마가 그 자리의 화두였다.  불륜이 없으면 그 단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아침 드라마답게 맞바람 피우는 부부가 나오고 남편이 아내에게 된통 걸린 스토리가 진행 중인 것 같았다.

여 기는 충청도 밀양이 아니라 경상도 밀양임을 각인이라도 시키듯 귀가 얼얼할 정도로 우렁차게 드라마 속의 남녀를 타박하고 또는 코치(?)하고 때론 논쟁이 이어졌는데 한 아저씨가 논의종결자라도 되는 양 치아라 치아라 소리를 내지르며 외쳤다. "그래서 여자가 요물이야!".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숟가락이 입을 빗나갈 정도로 놀랐다.  또다시 왁자지껄 그래 니 말이 맞다 여자가 요물이라카이.  범죄 뒤에는 항상 여자가 있다 안하드나.


잠깐 소요가 가라앉았을때 한 테이블에 있던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우렁차기는커녕 아이를 달래는 듯한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흥분하기는커녕 철원 추위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그래서 남자는 미물인기라.".

그 시끄럽던 식당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요물을 논하던 미물의 입들이 동시에 틀어막힌 것.  5초 후 폭풍같은 웃음이 식당 벽을 때렸고 요물과 미물들은 아침부터 벌개진 채 서로 셈하겠다고 주인 앞에서 다투다가 기운들 차게 삶의 터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