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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종교를 다룬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존 티한의 <신의 이름으로>(이름, 20111). 저자는 진화심리학자가 아니라 종교학자라는 점도 특이하다. 종교를 '진화적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종교의 폭력성과 배타성에 대한 대안으로 '실용주의적 휴머니즘'을 주장하는 건 상식을 벗어나지 않고 단숨에 읽히지도 않는다지만 여하튼 그런 주제로 어떤 얘기들이 오고가는지는 엿볼 수 있겠다.  

  

연합뉴스(11. 02. 16) "도덕과 폭력은 종교의 이란성 쌍둥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공격을 받은 직후 "십자군 전쟁(crusade)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악을 행하는 자들의 세상을 제거할 것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공격한 세력을 "악을 행하자는 자"로, 9·11 테러를 응징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을 악을 제거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crusade)'으로 규정했다.  

십자군 전쟁은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차례에 걸쳐 벌인 성지 탈환 전쟁.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을 보복 공격한 데 이어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테러범들 역시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다. 9·11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를 비롯해 탈레반 등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은 정교 일치의 이슬람 공동체 회복을 꿈꾸며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에게는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다.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은 모두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이었다.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과 테러가 자행되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혼란스럽다. 선과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왜 전쟁과 폭력을 부르는 걸까. 미국의 종교학자 존 티한 호프스트라대 종교학 교수는 저서 '신의 이름으로'(이음 펴냄)에서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종교의 본성을 고찰한다. 이 책의 핵심은 종교의 도덕성과 폭력성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는 인류가 번성하기 위해 발달시킨 '진화적 도구'이며, 모든 종교는 평화 애호적인 모습과 폭력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특히 종교의 폭력성은 내부집단과 외부집단을 구분하는 종교의 배타적 본성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대교의 십계명을 든다. "저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 나 야훼 너희의 하느님은 질투하는 신이다. 나를 싫어하는 자에게는 아비의 죄를 그 후손 삼 대에까지 갚는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여 나의 명령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그 후손 수천 대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베푼다."(출애굽기 20:4-6)  

저자는 십계명이 도덕규범이 아니라 내부집단의 결속을 확인하고 외부집단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나를 싫어하는 자에게는 아비의 죄를 그 후손 삼대에까지 갚는다"는 구절은 죄가 가져올 결과를 경고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안녕이 각 구성원의 행동에 달렸다는 것을 강조해 내부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배타적인 유대교를 극복하고 전 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역시 새로운 내부집단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기독교 공동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면 내쳐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진화된 도덕 심리에 따라 발달한 유일신 종교는 내부집단과 외부집단을 구분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9·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과 테러리스트들이 내부집단과 외부집단을 '선(善)과 악(惡)'으로 단순 구분한 것도 이 같은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종교의 폭력성과 배타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실용주의적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저자는 휴머니즘을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인간의 복지를 중심 가치로 두는 도덕 체계라고 정의 내리면서 기존의 종교를 도덕적 휴머니즘에 맞게 재조정해나갈 때 종교적 폭력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쉽지 않은 내용으로 단숨에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종교의 본질을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깊이 들여다본 책이다.(황윤정기자)

11. 0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