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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랬만에 대학원 사람들을 만났다. 왁자지껄하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모두들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나만 취직한 사람이다보니 조금 어색했지만  택시를 타서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농담도 했다. 요즘 외롭다고 소개팅 좀 시켜달라는 말도 물론 덧붙였다.

택시에서 내려 돈을 걷어 한 봉투에 넣고 이름을 썼다. 목적지에 있는 건물에 들어갈 때까지도 우리는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았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코너를 돌면서 우리의 웃음도 잦아들었다.

대학원 선배 형은 무척 수척해보였다. 빌려입은 듯한 옷은 형에게 너무나 컸다. 형이 말라 보이고 안쓰러워 보였던 건 아마도 양복때문인 것 같다. 양복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텐데.

우리를 보자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정말 서러운 울음. 그 앞에 형의 아들은 아버지의 울음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 놀고 있었다. 하긴 이제 갓 만 두 살이 조금 넘었을 뿐이니 아버지의 울음의 의미를 알리는 없을 것 같다.

형수의 얼굴은 처음 봤다. 참 인상이 좋으신 분이셨구나. 몰랐네. 형이랑 인상이나 성격이 비슷하단 얘기를 들었지만 얼굴을 본 건 처음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형의 슬픈 모습과 무척이나 비교가 됐다. 형수의 환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 사진이 찍었을 때가 떠오르면 형은 언제든 다시, 지금처럼 다시 울겠지.

우리는 서로 절을 했다. 형수에겐 두 번. 형에겐 한 번. 그리고 형은 우리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난 마지막 차례였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아무 말도 안하고 어색하게 난 서 있었다. 뭐라 말해야할지도 모르겠었다.

형과 난 악수를 했다. 어색한, 형식적인 악수. 우리 사회에서 남자끼리 정감어린 악수따윈 안하지 않는가. 그런데 형식적인 악수를 끝내고 손을 놓으려할 때 형은 내 손을 한 번 더 꽉 쥐었다. 따스함이 그리웠던 걸까. 아픔을 위로 받고 싶었던 걸까. 형은 내 손을 잡으며 형용할 수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과 슬픔, 안타까움을 전했다.